지방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조성한 '지역 벤처펀드'의 투자금 상당수가 실제로는 수도권 기업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모펀드 출자를 받은 자펀드가 올해 8월까지 444개 기업에 집행한 투자액은 4655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기업에는 246개사 2435억 원이, 수도권 기업에는 198개사 2220억 원이 투입돼 수도권 투자 비중이 47.7%에 달했다.
특히 '경남-KDB산업은행 지역혁신 벤처펀드'는 기업 소재지에 제한을 두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펀드는 수도권 기업에 33억 원을 투자해, 비수도권 기업 투자액 29억 원보다 오히려 많았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벤처투자사의 수도권 집중이 꼽힌다.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벤처투자사 253개 가운데 225개(88.9%)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고, 비수도권에는 28개사(11.1%)만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를 결정하는 운용사 자체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지역'이라는 간판을 단 펀드조차 투자 집행 과정에서 수도권 기업에 쏠리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쏠림을 해소하려면 현장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권역별 투자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역 벤처펀드는 비수도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운용 구조상의 한계로 당초 목적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펀드 운용 방식을 어떻게 손질할지에 따라 지역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