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도록 한 '문화유산·미술품 물납제'가 도입 3년을 맞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해 세금을 낸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납제는 거액의 상속세를 현금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유족이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으로 대신 세금을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삼성家의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보유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사례가 계기가 돼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제도 시행 이후 첫 사례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사례는 2024년 10월 나왔다. 당시 상속인이 신청한 작품 10점 가운데 이만익의 '일출도', 전광영의 '집합',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 2점 등 모두 4점이 물납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납제를 신청하려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가 2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그 금액이 상속받은 금융재산 가액보다 많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술계에서는 이 같은 까다로운 조건과 작품 감정·심의 절차의 복잡함이 활용률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열린 한국상속신탁학회 세미나에서는 문화유산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공립 미술관의 소장품을 확충하기 위해 물납제 신청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상속재산 구성과 무관하게 물납 신청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고액 자산가의 미술품 상속이 매년 늘고 있는 만큼,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도록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